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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스테이블코인 격변: 글로벌 금융 전쟁과 한국의 대응 전략

스테이블코인

 (출처: KDI)


보이지 않게 스며든 혁명

2025년 여름, 서울의 금융권 회의실에서 한 고위 관계자가 내뱉은 말은 묘하게 섬뜩했다.
“달러 패권이 종이 위가 아니라 블록체인 위에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놀라운 변화는 우리 눈앞에서 이미 진행형이다. 동대문, 남대문 도매시장의 일부 상인들은 외국인 구매자와의 거래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한다. 송금은 몇 초면 끝나고, 가격 변동도 없으며, 환전 수수료 부담도 없다. 이 현상은 결코 단순한 편의 추구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통화 경계선을 넘어서는 비가시적 화폐 전쟁의 서막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암호자산 거래소의 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전통적 금융질서에 균열을 내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시험하며, 국가 간 힘의 균형을 재편하는 21세기형 통화 전쟁의 무기가 되고 있다.


달러의 새로운 진격 : 트럼프 2기의 친(親)코인 전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만 해도 암호화폐의 반대자였다. 하지만 2025년, 그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내세웠다. 핵심은 비트코인을 미국 전략비축자산으로 편입하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것이었다.

그 변화는 미국이 직면한 난제와 맞닿아 있다.

  • 첫째,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확대 속에서 미국은 안정적 국채 수요를 확보해야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담보자산으로서 국채를 소화할 수 있다.
  • 둘째, 달러 패권 유지의 구조적 딜레마, 즉 “글로벌 유동성과 안정성의 모순(트리핀 딜레마)”을 해결하기 위해 달러를 디지털 세계로 확산할 필요가 있었다.
  • 셋째, 중국 위안화 국제화 시도와 다극화된 디지털 결제망 구축 움직임에 대응하는 측면도 컸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적’이 아니라 ‘동맹’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미국 의회를 통과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공식적 자산이자 글로벌 규제 표준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는 이미 통계에 드러난다.
2020년 110억 달러에 불과하던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025년 중반 2,585억 달러(약 352조 원)까지 확대됐다. 그중 99.7%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블록체인 위에서까지 “달러의 제국”은 건재하다.


왜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는가: 효율성, 안정성, 그리고 ‘신뢰의 설계’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에 비해 갖는 강점은 크게 세 가지다.

  1. 안정성: 가치가 달러 등 실물자산에 묶여 있어 급격한 변동이 없다.
  2. 속도와 비용: 해외 송금이 수 초 내에 끝나며, 수수료는 기존 은행 대비 최대 1/10 수준.
  3. 프로그래머블 화폐: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으로 조건부 자동 결제가 가능하다.

바로 이 ‘프로그래머블 화폐’라는 속성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디지털경제의 운영 체계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발행사의 ‘신뢰 설계’가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는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발행량을 유지하며, 써클(USDC)은 준비자산 내역을 실시간 공개한다. 신뢰 구축은 곧 확산 속도와 직결된다.


스테이블코인의 정치경제학 ― 통화주권과 갈등의 불씨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수록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국가의 통화정책 유효성이다.

  • 금리를 조정해도, 대규모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흘러가면 정책 효과는 줄어든다.
  • 특히 자국 통화 신뢰도가 낮은 신흥국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의 ‘대체통화’가 될 위험이 있다.
  • 한국처럼 결제 인프라가 이미 발달한 나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나 무역업자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면서 원화의 사용 기반이 잠식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다.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실물경제로 확산될수록, 국가 통화는 더 이상 그 나라 경계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의 선택 ― 규제와 실험의 스펙트럼

일본 ― 안전 우선, 산업은 위축

  • 은행·신탁사만 발행 허용
  • 100% 은행 신탁 예치
  • 국제적 확산 거의 불가

→ 규제는 철저했지만, 산업 성장성은 제한적이다.

EU ― 통합 규범, 회피 전략에 대응

  • 「MiCA」를 통해 EMT(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 준비금 60% 이상 EU 은행 예치 의무
  • USDT 등 해외 달러코인 진입 제한

→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유로 디지털 블록’을 만들려 하지만,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미약하다.

홍콩 ― 금융허브로서의 도전

  • 2025년 8월 본격 발효
  • HKMA 라이선스 필수, 최소 납입자본 요건 44억 원
  • 스탠다드차타드·홍콩텔레콤이 발행 준비

→ 홍콩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금융허브 경쟁력 강화 시도.

싱가포르 ― 신속한 실험, 실질적 성공

  • 2020년 규제 샌드박스 통해 XSGD 최초 발행
  • 알리페이, 그랩 등과 결합
  • ‘승인된 스테이블코인’ 명칭 부여 가능

→ 아시아 디지털 자산 허브로 입지를 굳혔다.

미국 ― 패권공고화 전략

  • 「지니어스법」 제정
  •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법적 보증 부여
  • 국채 수요 창출 + 디지털 달러 영토 확대

→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브레튼우즈 체제’를 구축하려는 구상.


한국, 두려움과 기회의 사이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은 여전히 신중하다.

  • “금융시스템 불안정”
  • “통화정책 효율성 약화”
  • “코인런 사태 우려”

그러나 한국 사회 곳곳에서는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일상화가 관찰된다. 외국인 노동자의 급여, 관광객 환전, 도매시장 결제,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지급 등이 그 사례다.

만약 한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만들지 않는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배한다. 결국 원화의 국제적 경쟁력은 더 약화된다.


전략적 상상력: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조건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위험이 아니라 기회다. 다만 그 설계와 조건이 중요하다.

  1. 발행 주체의 다양화
    • 은행 독점은 혁신성 제한
    • 핀테크·블록체인 기업의 참여 허용 필요
  2. 준비금 투명성 확보
    • 자본금보다 중요한 것은 ‘실시간 공개’와 ‘외부 감사’
    • 써클(USDC)의 사례처럼, 신뢰는 곧 사용 확산으로 연결
  3. 실질 수요 창출
    • 동남아 전자상거래, K-콘텐츠 결제, 해외송금 등
    • 코트라·수출입은행과 연계한 ‘원화 결제 네트워크’ 구축
  4. 프로그래머블 금융 확산
    • 탈중앙화 서비스(DeFi), IoT 결제, M2M 경제 대비
    •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 표준화
  5. 법·제도 정합성 확보
    • 현행 「외국환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등과의 충돌 해결
    • 글로벌 법제와의 호환성 확보


스테이블코인이 여는 미래 ― ‘프로그래머블 화폐’의 세계

스테이블코인의 진정한 힘은 ‘지급결제 효율성’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프로그래머블 금융의 기초다.

예컨대:

  • 공급망 결제 : 조건 충족 시 자동 지급
  • 보험금 처리 : 사고 데이터 블록체인에 등재되면 즉시 지급
  • IoT 결제 : 스마트카가 충전소에 접근하면 자동 결제
  • 탈중앙금융 : 저개발국에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참여 가능한 글로벌 금융망

이 모든 것의 공통 기반은 ‘안정적이고 자동화 가능한 화폐’다. 그리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이 이 흐름에 탑승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결론 ― 디지털 통화패권 전쟁의 선택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하나의 가상자산이 아니다. 그것은:

  • 달러 패권을 디지털로 확장하는 미국의 전략적 무기이자,
  • 자국 통화를 보호하려는 각국의 방패,
  • 디지털 결제 혁신을 이끄는 금융 인프라,
  • 그리고 통화주권을 새롭게 정의하는 미래 플랫폼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 일본처럼 안전만 강조하다가 산업 기회를 잃을 것인가,
  • 싱가포르처럼 선제적 실험으로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인가.

한 세기 전, 우리는 세계 질서 변화에 뒤처져 주권을 잃었던 경험이 있다. 지금 다시 달러가 블록체인을 타고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디지털 시대, 원화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의 답변이 곧 한국 경제의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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